707명의 아이들과 함께 산 '거리의 스승'

1991년부터 갈 곳 없는 부적응 학생 707명을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며 함께 산 인물이 있습니다. 교육청 장학사와 중학교 교장을 거쳐, 이제는 광주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박주정 교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그의 교육 여정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오늘 웹진에서는 '비탈에 선 아이들'의 영원한 스승, 박주정 교수의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훗날 제 묘비명에 '비탈에 선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살다 간 선생 박주정'이라는
문구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 박주정 교수 (광주대학교)

Section 1. 상처 입은 치유자, 아이들의 '결'을 보다

박주정 교수

1992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교수님의 교육 인생이 참 남다릅니다. 교수님께서 평생을 지켜오신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제 철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콩나물시루' 정신입니다.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새 콩나물은 쑥쑥 자라있죠.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성세대가 조급해하지 않고 믿음으로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언젠가 반드시 성장합니다.

둘째는 '결대로 키우기'입니다. 나무마다 결이 다르듯 아이들도 타고난 적성이 다릅니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의 미래를 재단하기보다, 아이가 가진 본연의 결을 빨리 찾아 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야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강의 모습

교수님의 따뜻한 시선은 어디서 비롯되었나요? 평탄하지 않은 어린 시절이 교육자가 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상처를 받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길 앞에 섭니다. 더 나쁜 길로 가거나, 그 상처를 치유하며 더 나은 길로 가거나 말입니다. 저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와 학교에서의 상처 등 트라우마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이 오히려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자양분'이 되더군요.

저는 길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남들보다 금방 그들의 눈빛을 읽어냅니다. 공학 박사로서 문제를 푸는 프로세스와 아이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 만나, 위기 학생들과의 상담에서 저만의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Section 2. 707명의 아이들, 그리고 영화가 될 이야기

박주정 교수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들과 한집에서 사셨다는 에피소드는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실제 생활하시면서 고충도 많으셨을 텐데요.

"처음엔 여덟 명의 아이가 무작정 집으로 들어왔어요. 1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 그리고 거친 아이들이 부대끼며 살았죠. 세탁기가 쉴 틈이 없었고 화분에는 침을 뱉기 일쑤였습니다. 아내가 이혼 위기까지 겪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아내도 저보다 더 아이들을 사랑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퇴직금조차 아이들을 위해 썼던 빚을 갚는 데 대부분 썼을 정도니, 참 유별난 세월이었죠."

교수님의 감동적인 실화가 책 출판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요?

"진남중학교 교장 시절, 한 유명 영화사에서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의 비극적인 결말로 만들자기에 거절했어요. 저는 아이들이 스승을 만나 길을 찾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유쾌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원했거든요. 다행히 뜻이 맞아 시나리오가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또 부지런히 홍보해야죠(웃음). 또한, 자살 위기 학생들을 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부작 드라마 요청도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Section 3. 광주대학교 제자들에게 전하는 '무한 신뢰'

이제는 광주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바라본 우리 대학 제자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 광주대학교 학생들은 정말 진지하고 절실합니다. 수업 시간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는 모습에서 저 또한 큰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또한, 젊고 진취적인 총장님을 중심으로 교수진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보호하고 성장을 돕는 시스템이 정말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들어오면 가치 있는 '명품'으로 다듬어 내보내는 훌륭한 산실과도 같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응원의 한마디가 있다면요?

"'자부심(Pride)'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로드맵을 디테일하게 세워보세요.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기획하고, 학교의 진로 상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누리십시오. 가다가 멈춰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Section 4. 부모와 자녀, 소통의 접점을 찾아서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방식'입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와 대화할 때 무심코 비아냥거리거나 상처를 줍니다. "너는 왜 형처럼 못 하니?"라는 말은 아이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하고, 그 원인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이해'입니다. 부모 세대는 수십 년 전의 경험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려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부모님들도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옛날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공부하고 노력할 때, 비로소 자녀와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Section 5. 마지막 소망: 사각지대 아이들의 '골든타임'

박주정 교수

교수님께서 앞으로 교육계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발자취는
무엇인가요?

"자살 위기나 학교 폭력 등 위급 상황에서 24시간 30분 안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부르미'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법적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어 아이들의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것이 제 마지막 소망입니다.

훗날 제 묘비명에 '비탈에 선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살다 간 선생 박주정'이라는 문구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뒤처진 아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남은 인생도 기꺼이 바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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